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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시드니 생활, 여행, 워킹홀리데이, 후기

에드Kim 2023. 8. 29.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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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호주에서 지내면서 겪었던 일을 수정하여 다시 올린 게시물입니다.

 

한 달간의 발리살기를 마치고 호주 시드니로 이동했습니다.

당시 호주 산불로 인해 착륙이 지연되어 제자리에서 거의 한 시간을 돌다가 시드니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요,

호주에서 해마다 발생하는 산불이 당시엔 정말 크게 나서 시드니까지 연기가 흘러올 정도였습니다.

2주 정도 머물다가 멜번으로 넘어갈 생각에 디파짓을 지불하지 않고 잠시 지낼 곳을 찾아다닌 끝에

간신히 시티 쪽에 위치한 쉐어하우스에 단기로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방이 너무 작았습니다.

브리즈번 닭장 쉐어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2~3평 남짓한 작은 방에 2층 침대를 2개나 넣고 4명이서 지내며 주 당 방값은 175불이나 되었으니까요.

심지어 스터디룸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는데, 제가 갔던 하우스에서는 작은 창문도 없는 창고 같은 방을 주고 스터디 룸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심지어 중간에 닭장쉐어 하는 것을 걸려고 다른 층을 왔다 갔다 하면서 불편하게 지내다가 더는 참지 못하고 남은 방값을 받고 외삼촌 친구분의 도움을 받아 에핑 근처에서 지내시는 그분 댁에서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죄송스럽고 감사했습니다.

 

시드니에서 지내는 동안 모은 돈이 쭉쭉 빠져나가는 것이 속상해서 단기 일자리라도 구하려고 여기저기 메일을 보냈는데,

단기라서 그런지 정말 구하기 힘들더라고요,

그러다 간신히 시티에서 대중교통으로 약 2시간 30분이 떨어진 카슬힐 이라는 곳에 위치한 마트에서 단기지만 면접을 보러 올 수 있냐고 해서 냅다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운 좋게 단기로 일을 하기로 했고, 먼 거리였지만 새벽마다 출근하였습니다.

비록 단기였지만, 뽑아주신 것에 감사하며 힘들었지만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일 했고,

그 모습을 좋게 봐주신 사장님께서 남은 워홀기간동안 그냥 같이 일 할 생각이 없냐고 하셨지만,

멜번으로 넘어가 남은 기간 동안은 좋아하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지내고 싶어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시드니

시드니

퇴근하고 시티로 돌아오면 짬을 내서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다녔고,

기대하던 오페라하우스를 보았는데 생각보다 작고 지저분해서 실망했습니다.

브리즈번에 비해 도시는 정말정말 크고 복잡했습니다.

사람도 너무 많아서 그 당시에 제가 들은 얘기로는 한인잡 키친핸드를 최저시급의 절반정도로 구하는 데도 사람이 몰릴 정도라고 했으니, 살기 정말 어렵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얼른 시드니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멜번으로 넘어가고 싶었습니다.

카슬힐

카슬힐

하지만 계획대로 되는 것은 거의 없듯이, 사장님의 간곡한 권유로 결국 남게 됐고,

남은 워홀 기간 동안 카슬힐로 아예 이사를 해서 그곳에서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로 인해 저를 기다리며 지내던 지인들은 제가 거실 쉐어로 들어가기로 한 집에 들어가지 않게 되자 방값을 세이빙 하지 못했고, 지금도 연락할 때마다 너무 미안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제가 간 카슬힐은 시티에 비해 정말 조용한 도시였습니다.

최대한 마트 근처로 방을 구하려고 했는데, 방값을 아끼려다 보니 걸어서 거의 30분 거리에 방을 구하게 되었고,

그렇게 일만 하는 일상이 시작되었습니다.

주위에 아는 사람도 없고 정말 외롭더군요.

카슬힐에서 거주하던 시기의 동네 모습과 집에 살던 강아지들

근처에 사는 친구들은 강아지들뿐이었고, 

다행히 집에서 김치와 쌀을 제공해 주셔서 가끔 스팸이 할인할 때 스팸을 사고, 저렴한 머핀과 참치통조림을 사서 먹으면서 지냈습니다.

점심은 매장에서 해결했고요.

만날 사람도 없으니 딱히 돈 쓸 일이 없더군요.

시드니 플레밍턴 마켓

사장님께서 야채와 과일을 직접 보고 구매하셔서 몇 번 따라갔는데, 아마 이름이 '플레밍턴'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쉬는 날 없이 일하시는 것도 대단한데, 정해진 날마다 새벽에 장까지 보러 가시는 걸 보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저는 야구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매장에 구대성 선수가 종종 방문하시고, 잠깐이나마 얘기도 섞어보았는데,

제가 한화이글스 팬이 아니라 싸인을 받지 않았던 것이 너무 후회되네요.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참....

은퇴하신 지 시간이 꽤 지났지만 몸 관리를 정말 잘하셔서 그런지 덩치도 엄청나게 좋으시더라고요.

카슬힐

약 4달 정도를 거의 쉬는 날 없이 일만 하며 지냈는데,

마지막에 추억은 많이 만들지 못했지만, 많이 고생하며 내적으로 더 단단해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초면에 반말을 일삼고 부품취급하던 몇몇 영주권, 시민권자들이 있었지만,

저를 아껴주시던 사장님 덕분에 힘들지만 버틸 수 있었고, 지금도 간간히 연락을 하고 지냅니다.

다시 돌아오라고 말씀하시고, 능력이 되면 스폰비자까지 지원해 주시겠다는 그 말씀이 아직도 너무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다시 돌아가서 살고 싶은 호주.

많이 그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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