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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브리즈번 워킹홀리데이, 팁, 음식, 치안, 쉐어하우스, 물가, 여행

에드Kim 2023. 8. 1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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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가 2019년에 직접 다녀와서 겪은 일을 다시 올린 게시물입니다.

2019년 3월, 러시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저는 얼마 지나지 않아 호주행 비행기로 몸을 실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가지고 있다가 실천에 옮긴 것이죠.

포티튜드 밸리

힘든 비행을 마치고 브리즈번 공항에 도착을 했습니다.

시티 쪽 근처인 포티튜드 밸리에 있는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방 주인과의 약속시간보다 너무 빨리 도착해서 연락을 해야 하는데, 공항에서 유심 개통을 하지 않은 것이 실수였습니다.

로비에 있는 사람에게 서툰 영어로 휴대폰을 빌려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고, 아무도 없는 인포에 있는 전화는 먹통이었습니다.

휴대폰 빌려달라는 말조차 할 수 없는 제 자신이 너무 한심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막막했습니다.

집이 벌써부터 그리웠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온다고 말해놓고 다시 돌아가기엔 자존심도 너무 상했습니다.

 

여자저차해서 간신히 숙소로 들어왔고, 샤워를 하는데, 물이 정말 깨끗한 게 느껴지더라고요.

동남아에서 샤워를 할 땐 미끄러운 느낌,

러시아에서 샤워를 할 땐 가루가 섞인 느낌이었는데,

마치 정수기 물로 샤워를 하면 이런 느낌일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숙소엔 브라질에서 온 부부도 살고 있었고, 서로 영어를 하지 못해 인사만 주고받다가 숙소를 옮기기 전 날에서야 처음으로 얘기를 나눴는데, 서로 영어를 하지 못해서 번역기와 바디랭귀지를 총 동원해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정말 친절한 사람들이었고, 브라질 요리도 대접받았습니다.

이렇게 저의 브리즈번에서의 워킹홀리데이 시작이 시작되었습니다.

보타닉 가든

아이비스

브리즈번 시티 쪽엔 '보타닉 가든'이라는 아주 큰 공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비둘기가 있다면 브리즈번에는 이 '아이비스'라는 새가 있는데,

쓰레기를 파헤치고, 이것저것 부수고 다닌다고 해서 별명은 '쓰레기 새'라고 하네요.

호주의 동물보호법으로 인해 어떻게 할 수도 없나 봅니다.

 

아무튼 공원을 돌아다니는데, 와 소리가 절로 났습니다.

큰 도시 한복판에 이렇게 크고 관리도 잘 되어있는 공원이 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오지(호주사람들을 지칭하는 표현)들은 평일인데도 공원에 많이 나와서 여유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보기 힘든 광경인데, 다들 여유가 넘치고 행복해 보였습니다.

브리즈번

브리즈번

일주일 간의 포티튜드 밸리 생활을 마치고 시티 한복판에 위치한 쉐어하우스로 이사를 했습니다.

영어를 못해 오지 잡을 구할 생각조차 하지 않은 저는 당연히 한인 잡을 구했고,

정말 운이 좋게도 썬브리즈번(퀸즐랜드 한인 커뮤니티)을 통해 문자 몇 통을 보내고 한식당 주방보조 자리를 구했는데,

당시 한인잡 키친핸드(설거지 등의 일을 하는 포지션) 자리도 경쟁률이 40대 1이 넘어가는 시기였다고 합니다.

첫 몇 시간은 무급에, 이주동안은 최저시급의 절반 수준을 받으면서 정말 고생했습니다.

영어 못 하면 저처럼 고생합니다.

 

세컨비자는 생각이 없었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서 비자를 따기 위해 농장을 가려고 했는데,

이사를 가는 곳의 마스터가 "정말 잘 알아본 거라면 안 말리는데, 그게 아니라면 말리고 싶어요."라는 말을 듣고,

그냥 시티에 남기로 했습니다.

진심이 느껴져서 남았는데, 그 마스터는 브리즈번 한인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몰카범으로 유명한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의 쉐어하우스를 닭장쉐어(집의 최대 수용인원보다 많은 사람을 받아서 지내게 하는 것)로 운영하고,

여자들이 많이 지내는 하우스에 몰카를 설치했다가 걸렸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됐습니다.

 

아무튼 구한 일을 다니며 살이 정말 많이 빠졌습니다.

약 2달 동안 8kg가 빠졌을 정도니까요.

돈을 아끼기 위해 일 끝나고 주는 밥만 먹고 돈을 거의 쓰지 않았습니다.

친구를 사귀다

호주에서 외롭게 지내면서 친구를 사귀고 싶었지만, 저는 그렇게 외향적인 사람도 아니고 영어를 못해서 정말 모든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말 한마디 주고받을 사람이 없어서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통해 브리즈번에 거주하는 워홀러들이 모인 톡방에 들어갔습니다.

규모가 너무 큰 방은 이미 서로 친해진 사람들이 많을 듯하여 일부러 사람이 적은 방에 들어갔습니다.

그곳에서 형 두 명과 누나 한 명을 만나게 되었는데, 정말 정말 좋은 사람들이었고, 덕분에 워킹홀리데이 초반의 그 힘든 시절을 잘 견딜 수 있었습니다.

누나는 아쉽게 같이 가지 않았지만, 형들과 나중에 알게 된 커플 형, 누나까지 해서 농장도 같이 갔습니다.

비록 외국인 친구들 제대로 사귀진 못했지만, 너무 좋은 사람들을 얻게 된 것에 만족합니다.

아직도 종종 연락을 하고 지내고, 기회가 되면 일 년에 한 번이라도 만나려고 합니다.

같이 브리즈번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산책도 하고 사진도 찍었고요.

브리즈번

브리즈번은 정말 좋은 것이, 그렇게 크지 않아 걸어 다니면서도 이곳저곳을 둘러볼 수 있고,

페리가 다니는데, 무료 페리가 있어서 브리즈번의 멋진 모습을 이렇게 페리를 타고 볼 수 있었습니다.

인공해변

다리를 한 개만 넘어가면 '사우스 뱅크'라는 곳인데, 인공해변이 있습니다.

처음엔 뭔 소린가 했더니 정말 해변을 만들어놨더군요.

사진보다 더 크고 정말 잘 만들어놨습니다.

이사

그렇게 일상을 보내고 있을 무렵,

쉐어하우스에서 인사도 목례만 할 정도로 어색하게 지내던 형이 농장으로 간다고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잠깐 돌아오는 일이 있었는데,

그날은 어째서인지 저에게 말을 걸었고, 서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농장에 관한 얘기를 듣고, 저도 이번엔 진짜 농장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친한 사람들을 설득해서 날짜를 맞춰서 같이 가기고 결심했습니다.

이때 이 선택이 저의 모든 것을 바꿔주는 선택이 되었는데요,

지금도 그 형에게 너무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농장에서 너무 행복한 시간들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저는 형에게 얻은 정보로 이것저것 알아보고 쉐어하우스 마스터에게도 노티스를 내고 방을 나가기로 했습니다.

다니는 식당에도 떠난다고 얘기했고요.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중, 갑자기 쉐어하우스의 부동산 계약이 끝나서 갑작스레 사람들에게 다들 집을 옮겨야 한다고 얘기했습니다.

몰랐다는 듯이 얘기했지만, 어떻게 그걸 몰랐을까요?

렌트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쉐어하우스라 쉐어생을 구하긴 어려울 것이고, 렌트비는 계속 내야 하니 일부러 그냥 쉐어생을 계속 받았던 것이겠죠.

아무튼 누구는 뭐 멱살을 잡았다는 얘기도 있었고 그런데 저는 어차피 농장에 갈 예정이라 혼자 남은 기간 그곳에 남기로 했습니다.

 

혼자가 되고 다음 날, 데이오프라 집에서 늦잠을 자는데, 갑자기 부동산에서 사람들이 들어왔습니다.

저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고, 이 사람들이 저에게 계속 뭐라고 말을 하는데, 눈치껏 알아들은 것은 "여기 있으면 안 되는데 왜 있는 거냐, 나가야 한다."였습니다.

마스터는 전화도 잘 받지 않아 카톡을 남겨놨었는데, 이번에는 받을 때까지 계속 전화를 걸어 부동산 직원들과 통화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기존 렌트 기간에서 며칠 연장을 했어야 했는데, 메일 보내는 것을 깜빡했다고 말했는데, 이 사람 말은 아무것도 믿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짐을 빼는 것을 도와주고 남은 기간은 다른 하우스로 옮겨 방값을 받지 않기로 했고, 다시 포티튜드 밸리로 옮겼습니다.

 

새로 오픈하는 쉐어하우스로 옮겼는데, 사람들도 다 처음 보는 사이라서 어색한 분위기였습니다.

어차피 일주일 뒤에 농장으로 떠날 예정이라서 친해질 생각도 없었고 조용히 있다가 떠날 예정이었는데,

먼저 저에게 말을 걸면서 같이 놀자고 하더군요.

금방 떠날 예정이라고 말했지만 괜찮다며 같이 놀자고 해서 놀았는데, 이전 집에서 지내는 것보다 좋았습니다.

일주일 간 같이 어울리며 밥도 먹고 어벤져스 4도 보러 가고, 산책도 다니고 GPO라는 브리즈번의 유명한 클럽도 가서 놀았습니다.

비록 처음 계획과 다르게 한국인 친구들만 사귀고 어울렸지만,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이 쉐어하우스에서 알게 된 사람들 중 한 친구와는 아직도 가끔씩 연락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느낀 점

브리즈번

어학원은 안 다니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좋은 어학원도 많겠지만, 제가 주변 사람들이 다녔던 곳들을 생각하여 말씀드리자면,

그곳에서 친구를 사귀는 것은 더 쉽겠지만 비싼 돈 내고 친구 사귀러 간 것은 아니고, 영어를 배우러 간 것인데,

비슷한 수준의 영어실력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서 공부하는데 늘면 얼마나 늘겠습니까?

차라리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길 가는 사람 붙잡고 얘기를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유튜브도 정말 양질의 정보들이 많고요.

 

돈도 벌고 영어실력을 늘리는 것은 정말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영어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 분이라고 가능하겠지만,

영어도 못하는데, 영어실력도 늘리고 돈까지 벌겠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현실적인 판단을 하시길 바랍니다.

 

밤엔 웬만하면 혼자 돌아다니지는 마세요.

여럿이서 같이 다니면 몰라도 혼자 다니면 술이든 약에 취한 사람들이 시비를 거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한인마트, 한인식당이 많으니 음식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한인 커뮤니티가 활성화가 잘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어디에는 이상한 사람은 분명히 있으니 조심하세요.

 

물가는 한국보다 싼 것도 있고, 비싼 것도 있습니다.

호주의 인건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이다 보니, 인건비가 많이 들어갈수록 비쌉니다.

 

팁 문화는 그냥 계산할 때 카운터에 동전 같은 것들을 넣고 싶으면 넣는 것이고,

미국처럼 음식 값의 몇%를 줘야 한다는 것은 없습니다.

 

영주권자들은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분명 있습니다.

같은 한국인이라고 더 잘해 주고 챙겨주고 그런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더 부려먹는 사람도 있고요.

제가 일 했던 곳은 돈도 제대로 챙겨주지 않아서 나중에 노동청에 고발당한 적도 있습니다.

 

처음에 적응을 못하고 금방 한국으로 돌아간 사람들도 있었는데,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적응하면 정말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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